본문 바로가기
New marriage log/일상단편

결혼을 했다. #1

by 한낮의 2021. 9. 14.

결혼을 했다.

처음으로 결혼 후에 신혼집에서 잠자고 출근하는데 기분이 오묘했다.

그동안 결혼하고도 짐 정리가 안돼서 집에서 며칠 같이 지내다

이제 온전히 신혼집에서의 하루를 시작한다.

 

 

직장과는 가까워진 집에서

언제 나가지?하다 집을 나섰다가

다시 한번 돌아와서 문이 잘 닫힌 지 확인하고

저녁 운동복을 안 챙긴게 떠올라 다시 또 돌아와 문을 닫고 나섰다.

 

 

아침 자전거도 타고 요가도 하고 샤워하고 옷 입고

엄마가 챙겨주는 도시락 들고도 부랴부랴 출근했던 얼마 전인데.

 

 

이제 평소 일어나서 자전거를 타거나 요가하는 시간에 아직 정리되지 않은 박스가 가득한 신혼 짐들을 한 곳으로 모아 두고어질러진 방바닥에 청소기를 한번 돌리고 엄마가 어젯밤, 한가득 싸주신김치, 장조림, 멸치 등등 반찬을 다 꺼내서신랑 꺼 내 것 반찬통에 가지런히 담아둔다.

 

 

오늘 밤은 뭐해먹지? 생각이 드는데, 엄마에게 전화가 온다.

아침 산책하고 들어가는 길인데 아직 누워있는 거 아니야?

아니야~엄마 나 도시락 싸는 중이야. 

정말?

애들이 없으니 허전하네~하며 아빠가 출근했다고 한다.

오빠까지 출가하면 더 허전하겠다고. 가까이 살아서 다행이라고 한다고

아빠가 오히려 엄마보다 더 허전해한다고

신기하고 재밌어하며 전화를 마친다.

 

 

샤워하고 잔뜩 빠지는 머리카락에 아. 이제 전부 우리가 치워야 하는 머리카락들이군생각하며 머리를 감고 말리고  반에 반 정리된 드레스룸에 가서 오늘 입을 옷을 골라본다.

 

 

일어나서 준비하는 신랑에게

화장실에 내 머리카락들을 자랑해 보이고

선풍기 하나는 필요하겠다며

땀을 흘리며 뒷지퍼 여며달라 하고 머리를 말린다. 

아 내 머리카락들. 엄청 빠지는데 이따 청소기 한번 더 돌려야겠네.

매일 머리카락 잔뜩 흘려놓으면

아빠가 어구 머리카락이 왜 이렇게 많으냐 하며 청소기를 위이잉 돌리던 일상이 떠오른다.

 

 

화장을 하며 

신랑 옷 입는 거 보고 

챙겨놓은 도시락 전해주고 출근길 인사하고

머리카락들을 위해 다시 한번 청소기를 돌리고 출근길에 나선다.

 

 

 

결혼을 했다. 1편 끝.

 

 

 

 

댓글