결혼을 했다.
처음으로 결혼 후에 신혼집에서 잠자고 출근하는데 기분이 오묘했다.
그동안 결혼하고도 짐 정리가 안돼서 집에서 며칠 같이 지내다
이제 온전히 신혼집에서의 하루를 시작한다.
직장과는 가까워진 집에서
언제 나가지?하다 집을 나섰다가
다시 한번 돌아와서 문이 잘 닫힌 지 확인하고
저녁 운동복을 안 챙긴게 떠올라 다시 또 돌아와 문을 닫고 나섰다.
아침 자전거도 타고 요가도 하고 샤워하고 옷 입고
엄마가 챙겨주는 도시락 들고도 부랴부랴 출근했던 얼마 전인데.
이제 평소 일어나서 자전거를 타거나 요가하는 시간에 아직 정리되지 않은 박스가 가득한 신혼 짐들을 한 곳으로 모아 두고어질러진 방바닥에 청소기를 한번 돌리고 엄마가 어젯밤, 한가득 싸주신김치, 장조림, 멸치 등등 반찬을 다 꺼내서신랑 꺼 내 것 반찬통에 가지런히 담아둔다.
오늘 밤은 뭐해먹지? 생각이 드는데, 엄마에게 전화가 온다.
아침 산책하고 들어가는 길인데 아직 누워있는 거 아니야?
아니야~엄마 나 도시락 싸는 중이야.
정말?
애들이 없으니 허전하네~하며 아빠가 출근했다고 한다.
오빠까지 출가하면 더 허전하겠다고. 가까이 살아서 다행이라고 한다고
아빠가 오히려 엄마보다 더 허전해한다고
신기하고 재밌어하며 전화를 마친다.
샤워하고 잔뜩 빠지는 머리카락에 아. 이제 전부 우리가 치워야 하는 머리카락들이군생각하며 머리를 감고 말리고 반에 반 정리된 드레스룸에 가서 오늘 입을 옷을 골라본다.
일어나서 준비하는 신랑에게
화장실에 내 머리카락들을 자랑해 보이고
선풍기 하나는 필요하겠다며
땀을 흘리며 뒷지퍼 여며달라 하고 머리를 말린다.
아 내 머리카락들. 엄청 빠지는데 이따 청소기 한번 더 돌려야겠네.
매일 머리카락 잔뜩 흘려놓으면
아빠가 어구 머리카락이 왜 이렇게 많으냐 하며 청소기를 위이잉 돌리던 일상이 떠오른다.
화장을 하며
신랑 옷 입는 거 보고
챙겨놓은 도시락 전해주고 출근길 인사하고
머리카락들을 위해 다시 한번 청소기를 돌리고 출근길에 나선다.
결혼을 했다. 1편 끝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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